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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1

거절하는게 얼마나 어려운가. 그동안 어려운걸 하기 싫어 피하다가 이제 막 거절을 연습한다. 한두번 전화를 안받고 SNS의 알림음을 무시하다보니 나중에 어플에 떠있는 숫자를 볼때마다 마음한테 짐지우는 느낌이 든다. 하나하나 숫자를 지워간다. 되도록이면 답을 안하는 쪽을 택한다. 어쩔수없이 해야하는 답장은 되도록 한번에 마무리되도록 한다. 상대의 다시 돌아온 답장부터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미안함이 되기도 한다. 말하고 싶지 않은 내 기분을 하나하나 설명해야하면 진이 빠진다. 그러다 어느순간 또 눈오는날 강아지마냥 뭐가 그리 좋아서 히죽거린다. 그러다 나는 예전부터 이랬지 싶다. 마음이 좀 편해졌다. 차 안 라디오에서는 나와같다면이 나온다. 처음 잠수교를 차로 건널때의 내 마음을 느낀다. 변한게 없다. 나는 여..

끄적거림 2021.02.01

210130

혼자 쓴 글들을 제외하면 오랜만의 포스팅이다. 할 말이 많지만 그건 차차. 선생님께 이때까지 말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했다. 연인관계인줄 알았던 남자가 다른여자와 있는걸 알게됐고 카톡으로 뭐하냐 물었더니 남자인 친구랑 있다고 해서 관계를 그만뒀다고. 선생님은 남자에게 사실을 왜 이야기 하지않았냐 물었다.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 추궁해서 뭐해.. 내가 그 말을 듣고도 무시했는데.. 너무나 사귀는 사이같아서. 사귀자는 말이 중요한건 아니었으니까..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 왜 여자를 만나냐고 추궁할 수도 없었고, 왜 거짓말하냐고 따지지도 못했다. 여자랑 있는것보다, 거짓말하는게 싫었고, 진짜 남자랑 있는거 맞냐는 질문에 코웃음으로 무시하는데. 옛날에 받은 상처로 나랑 사귈 수 없다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내..

끄적거림 2021.01.30

201215

왜 이시간에 배가 고픈지.. 생각해보니까 오늘 저녁 제스코마트에서 초밥몇개짜리 먹은게 다네. 셰어하우스도 괜찮겠다. 제주에서 일하게 되면 그런것도 알아봐야지. 아침에는 싸리눈 같은게 내리더니 1100도로가 통제됐대, 내일 아침일찍 거기 가야하는데.. 누군가랑 한침대에서 잠드는거 오랜만인데 불편하네.. 환상숲도 가보고싶은데 거긴 너무 머네.. 모레는 손톱떼러 가야겠다. 조천에 그 지압원은 안가는게 좋겠지? 요즘 자다가 계속 울다깨는데, 나땜에 깨면 어쩌지.. 하긴, 울기전에 코고는소리에 깨겠네 밤 12시 딱 지나자마자 고양이가 골골앵앵거리는데 잘 잘 수 있을까 아 배고파 내일은 마트초밥말고 맥도날드말고 진짜 맛있는걸로 먹고싶다.

끄적거림 2020.12.15

201210

면접을 봤다. 집에서 도보20분거리의 회사다. 거의 1시간을 준비하고 20분의 면접동안 15분을 결혼이야기로 채웠다. 왜 아직 결혼을 안 했냐 결혼생각이 없냐 왜냐 부모님은 반대 안 하시냐 불효라고 생각한적은 없냐 등등등. 한 소리 해주고 나올 걸 후회했다. 기혼자였으면 또 애는 있냐, 왜 없냐 따졌을거다. 있으면? 애는 누가 케어하냐 엄마가 필요할 나이다 애가 아프면 어쩔거냐 애는 엄마가 필요하다.. 뻔한 스토리라인이다. 왕복 이동시간까지 따지면 2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쓰레기통에 갖다 쳐넣은 하루다. 그들은 내 이력에 관심이 없다. 어째서 이 일을 하게됐는지, 거기서 쌓은 내 캐리어나 인맥 등등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까지 업무를 혼자 캐리가능한지 등등. 다음주는 제주에 내려가려 한다. 엄마의 눈치를 살..

끄적거림 2020.12.10

201206

가끔 맘에도 없으면서 푹 빠진척, 매달리는 척을 한다. 며칠전에는 병원에 다녀왔고, 임신을 권유받았다. 웃기게도 그 말 한마디에 성욕이 되살아났다. 번거로운 욕구가 하나 추가되면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다짐을 한 순간 건강한 기운이 발끝부터 감돌아 당장 스쿼트를 시작했고 오늘은 20층 계단을 올랐다. 준철오빠한테 떡볶이를 사주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 나의 모성애를 자극한 남자는 처음인것같다. 엄마가 이 얘길 들으면 코웃음 치겠지만.. 가진게 없고, 난 여자답지 않다. 없는 마음을 있다고 하지않고 있는 마음은 얼굴에 다 드러낸다. 얼굴의 기운이 좋아진걸 느낀다. 며칠뒤 생리가 시작되면 나는 또 세상 가장 우울한 아이가 되겠지만.

끄적거림 2020.12.06

201201

이번여행은 수연이가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게 되서 근숙이와 있게 되면서 제주에서의 일상이 아닌 여행을 하게 됐다. 절물오름, 곶자왈, 상효원, 동백동산, 지미봉을 오르면서 떨어진 체력을 실감하게 됐다. 집으로 돌아가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말뿐이라는걸 거의 확신한다. 아르떼, 디앤디, 김영갑, 새탕라움을 보고 활력도 찾았다. 역시 생각하기전에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귀는 기울이고 입은 무겁게, 낯빛을 조심해야 한다. 주인없는 달빛빌리지에서 편하게 쉰다. 나이 들어가며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준다는게 얼마나 어려운것인지를 배운다. 내게 몇 안되는 진심으로 행복을 바라는 사람중 하나가 수연이다. 언제 또 제주에 오게 될까. 당장 다음주일수도, 내년 이맘때일수도 있겠다. 내일은 집..

끄적거림 2020.12.01

201130

나는 혼자 있는 법을 모른다. 이건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 할 거다. 싫은건 얼굴로 티를 내야하고, 좋은건 또 온몸으로 표현한다. 받아들여지면 좋지만, 반대의 경우 내 마음을 난도질내버린다. 곶자왈의 나무들은 살기위해 돌에 뿌리를 내린다는데 나는 살고싶은 의지가 있기나 한건지 모르겠다. 장난기가 사라졌다. 또 잘 맞는 누군가를 만나면 온몸으로 개그감을 뿜어낼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누구를 만나도 진지하고 진지하다. 나는 내 장난기를 사랑한다.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억지웃음을 내었더니 웃음소리가 경박하다. 소리를 내는 것에 조심해본다. 수요일에는 육지로 올라갈거다. 엄마도 도와드리고 진료도 받아야한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는건 무섭지않다. 그것보다 무서운게 많아졌다. 누군가와의 영원한 이별, 친구들과의..

끄적거림 2020.11.30

201113

오빠는 내게 애인같은 존재였다. 20대에 한참 술독에 빠져살았던 적이 있었다. 술을 마시고 있으면 오빠에게 문자가 왔다. 어디야? 그러면 어김없이 12시즈음 전화가 와서 나를 데리러 왔다. 나의 첫 부산여행도 오빠였고, 첫 클럽도 오빠, 서울 곳곳을 함께 여행했다. 내 첫사랑 인종이는 그런 오빠를 좋아하지 않았다. 인종이는 매번 내 술자리가 끝날무렵 와서는 내 친구들한테 둘러쌓여 잔소리를 듣고 나를 집에 바래다주곤 했다. 일과의 마지막이 내가 되는게 좋다했다. 근데 그걸 오빠한테 뺏겼던거다. 인종이랑은 일주일에 두세번 만나고 매일 통화하고, 인종이가 일본에 놀러갔을때에는 국제전화로 안부도 물을 정도의 사이 였지만 사귀지 않았다. 인종이가 내게 약속한건, ‘결혼을 한다면 너와 하겠다’와 ‘너를 만나는 동안..

끄적거림 2020.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