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200921

Yarnspinner 2020. 9. 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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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있어 PC방에 왔다.

수연이 총쏘고 싶다해서 따라 간것을 빼면
한 10년넘게 오지 않았던 곳이다.

휴대폰 요 요망한것에 이것저것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PC가 없이도 생활을 편히 한다.

오는 연락에, 재미있는것 투성이인 휴대폰때문에 회사다니면서도 없던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것같다.

 

#.

서울에서 지금사는 인천으로 이사오던 날이었다.

다른 식구들은 이사가는 집으로 떠나고,

나는 서울에 남아서 이사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인천집은 낡아서 이것저것 손볼 것이 투성이었다.

문지방을 제거하고 도배와 장판을 해야했다.

인천으로 넘어갈 시간이면 도배와 장판을 하고 있거나, 마무리 작업을 해야했는데

무엇때문인지 작업을 중단했다는것이다.

아빠가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장판을 걷어보니 바닥이 깨져있었는데 그걸 마무리 해야된다고 모든 작업을 중단했단 거다.

인천에 갔더니 이삿짐센터와 도배장판사람들이 모두 손을 놓고 길에 앉아있었다.
심지어 문지방을 제거해야하는 사람들은 화가나 떠났다는 거다.
아빠는 그 많은 사람들을 손놓게 하고는 태평하게 집을 구경하고 있었다. 대안도 없었고, 이사를 진행시킬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것은 오로지 저 깨진 바닥이었고, 멈춘 사람들과 그 뒷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진정시키고, 일정을 진두지휘했다.
오빠는 이런 아빠를 닮을까 무섭다했다.

오빠는 혹시 자신이 시간이 지나 이날같은 행동을 하면 꼭 아빠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

어제는 벌초를 하러 청주에 갔다.

코로나때문에 집앞에 쓰레기 버리러 나가면서도 마스크를 쓰는데 어른들은 참 굉장하다.

우거진 묘를 정리하고 돗자리깔고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이름도 모를 친척 -몇안되는데 해에 2번 보니 이름도 모른다- 에게 소개팅이야기가 오가고

슬슬 결혼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자리를 피한다.

 

어릴때부터 아빠와 친가식구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이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참 아빠와 친가식구들과 닮았다.

부모의 싫은 모습은 닮는다더니 내가 딱 그랬던 거다.

그러면서 뭔가가 확실해졌다.

나는 결혼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와 타협할 줄 모르고, 배려할 줄 모른다.

예쁘게 말할 줄 모르고 공격적이고 독단적이다.

 

지금보다 더 고집 쎄고 고약한 늙은이가 될 것이다.
몇년전 이사오던 날 아빠가 그랬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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