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201106

Yarnspinner 2020. 11. 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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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남자와 떡볶이를 먹었다.
남자는 몇개월 전 엄마가 식사를 못하셔서 병원을 전전하다 우울증진단을 받고 정신병동에 입원하셨고 퇴원검사 중에 뇌에 종양이 있다는걸 알게 되어 수술을 하셨다 했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떨리더니 침을 여러번 삼키고 진정하는 듯 했다. 그러다 갑자기 남자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기댈곳이 없다했다. 남자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더니 머리를 움켜쥐었다. 손에 들려있던 포크를 내려주었다. 괜찮을거라 했고, 미리 알았으니 운이 좋은거라 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정수리 어디쯤부터 눈썹언저리까지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영화를 보고 떡볶이를 먹고 일년은 족히 쓸 수 있는 마스크를 선물받았다. 두팔을 벌려 아기처럼 콩콩뛰며 빨리 들어가라고 인사하는 걸 안아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이다. 내가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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