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201113

Yarnspinner 2020. 11. 1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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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내게 애인같은 존재였다.
20대에 한참 술독에 빠져살았던 적이 있었다. 술을 마시고 있으면 오빠에게 문자가 왔다.
어디야?
그러면 어김없이 12시즈음 전화가 와서 나를 데리러 왔다.
나의 첫 부산여행도 오빠였고, 첫 클럽도 오빠, 서울 곳곳을 함께 여행했다.

내 첫사랑 인종이는 그런 오빠를 좋아하지 않았다. 인종이는 매번 내 술자리가 끝날무렵 와서는 내 친구들한테 둘러쌓여 잔소리를 듣고 나를 집에 바래다주곤 했다. 일과의 마지막이 내가 되는게 좋다했다. 근데 그걸 오빠한테 뺏겼던거다.

인종이랑은 일주일에 두세번 만나고 매일 통화하고, 인종이가 일본에 놀러갔을때에는 국제전화로 안부도 물을 정도의 사이 였지만 사귀지 않았다.

인종이가 내게 약속한건, ‘결혼을 한다면 너와 하겠다’와 ‘너를 만나는 동안은 다른 여자와 사귀지 않겠다’였다. 인종이는 나와 헤어져 영영 못 볼까 사귀진않겠다고 했다.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다른걸로 충분히 감정을 느끼고 있었으니 관계의 정의는 중요치않았다. 그렇게 내 20대 초반을 인종이와 함께 보냈고 27살이 되건 해에 인종이에게는 다른여자가 생겼고 아이가 생겨 결혼을 했다.

이후 만난 상대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를 기만하고 부정하고 있으면서 나에게 많은 걸 요구했다. 상관없었다. 마냥 좋았으니까. 나는 그들을 기타등등이라 부른다.

이제 건강한 사람을 만나 건강한 관계를 맺고싶다. 그러려면 나부터 건강해져야한다. 이상을 벗어나 현실에서 살아야겠다. 과거에 얽매이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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