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201009

Yarnspinner 2020. 10. 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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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없고 자존심은 머리꼭대기인 관종.

심리상담을 받는다. 표현방법이 서툴러 화내는것부터 해보라고 과제를 받았다.

스물다섯인가..
지은이가 우리동네에서 회사친구랑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고 나를 불렀다. 미리 계획된 자리가 아니면 누가 술마신다 오라하면 무조건 거절하는데, 그날은 지은이가 너무 조르는 터라 억지로 끌려나갔다.
도착해서 술 몇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지은이 회사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이야기인즉, 지은이가 여기저기다 전화를 돌렸고 아무도 확답하지않은 상태에서 내가 나간것. 어쩌다니 회식자리에 끼인것같은 요상한 그림이 됐다.
나는 웃으면서 재밌게 놀라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자리가 너무 불쾌하고 어이없었지만 아무말도 하지않았던 내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런기분이 처음이었다. 내 자신에게 미안해지는 기분.
지은이와 멀어지더라도 이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하곤 곧바로 전화를 걸어, 나는 지금 너무 기분이 나쁘고 너의 행동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금방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지은이랑은 더이상 친구로 지내지 못할것이며, 지은이때문에 친해진 친구들도 더 볼 일 없을 줄 알았다.
근데 의외로 지은이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를 이해시키려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동안 나는 걸을 힘조차 없었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나의 섭섭함을 표현했다. 근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헛헛했고, 이렇게 쉬운것을 왜 참고살았을까 후회했다.

제버릇 개못준다고 나는 아직도 표현에 서툴다.
화가나고 억울한 상황이 일어나도, 나만 떳떳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참았으니까 좀 더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미안하다는 말 또한 그렇다.
나 혹은 상대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미안하다는 말은 상황을 일축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왜” 그랬는지가 중요하지 “미안하다”는 나에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왜”인지 알고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지, 미안하다는 워딩은 정말 말그대로 워딩일 뿐.
그래서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는데에는 정말 아무생각없이 행동했을 때 이거나, 어쩔때는 관계의 단절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안해” 됐지?

표현방법, 소통방법이 이렇다보니 내 속이 속이겠나..
썩을대로 썩고 상처는 또 올곧이 온몸으로 받다보니 속병이 난다.
표현을 못하니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난다.

이 못난 성격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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