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201210

Yarnspinner 2020. 12. 1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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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봤다.
집에서 도보20분거리의 회사다. 거의 1시간을 준비하고 20분의 면접동안 15분을 결혼이야기로 채웠다. 왜 아직 결혼을 안 했냐 결혼생각이 없냐 왜냐 부모님은 반대 안 하시냐 불효라고 생각한적은 없냐 등등등.
한 소리 해주고 나올 걸 후회했다. 기혼자였으면 또 애는 있냐, 왜 없냐 따졌을거다. 있으면? 애는 누가 케어하냐 엄마가 필요할 나이다 애가 아프면 어쩔거냐 애는 엄마가 필요하다.. 뻔한 스토리라인이다. 왕복 이동시간까지 따지면 2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쓰레기통에 갖다 쳐넣은 하루다.
그들은 내 이력에 관심이 없다. 어째서 이 일을 하게됐는지, 거기서 쌓은 내 캐리어나 인맥 등등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까지 업무를 혼자 캐리가능한지 등등.

다음주는 제주에 내려가려 한다. 엄마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말에 근숙이는 일단 저지르면 되더라한다. 그러고보니 난 저지른 적이 없다. 엄마가 섭섭해할까바..
나는 이런식으로 무엇을 놓치고 살았을까.
애인에게 내 본심을 말하지 못 하고 친구들에게 그저 히죽거리는 재미없는 사람이었던건 아닐까.
그 와중에 엄마가 섭섭해 할 텐데 어쩌지 하는 생각뿐이다. 언제 올거냐고 출발하는 날부터 하루에 한번 물을테고 나는 또 빙빙 돌리겠지.

알람을 맞추다 뜬금없이 기억이 났다.
남자를 찾아내는건 쉬운 일이였다. 항상 그 주변에서만 술을 마셨고, 대리를 부르던 음주운전을 해서 그녀에게 왔다. 그 날은 술에 잔뜩 취해 전화가 왔고 다시 전화했을 때에는 휴대폰이 꺼져있었다. 남자를 찾으러 간 곳엔 쓰러져 자고 있던 남자와 여자 둘. 여자 둘은 나와 그녀를 노려봤고 남자를 깨우자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화장실에 갔다. 여자 둘에게 무슨 관계인지 물었더니 다짜고짜 나에게 쌍욕을 해댔다. 남자는 화장실에 갔다가 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곧바로 차로 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리를 급하게 벗어났다. 나는 운전을 하며 울고 악쓰며 그녀에게 헤어지라고 소리질렀다. 자다가도 깨서 울고 또 울었다.

윤슬. 이름까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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